제목 아, 되돌아보게 하는 매혹의 땅 코카서스!
작성자 박상길 작성일 2022-07-08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가진 사람이라고 바그너는 말했다
.

오랜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미증유의 닫힌세상을 경험하면서 여행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여 열어 본 오지투어 홈페이지에서 코카서스 여행 모집을 보고 계획했던 그리스, 크레타, 몰타 여행을 취소하고 바로 신청을 하였다.
그 까닭은 오지투어의 진정성을 남미와 중미 여행에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고 역시 이번 여행에서도 충분히 느꼈다.
공항에서 처음 만난 일행들은 모두가 배려심이 많은 분들이고, 박진오팀장이 그동안 전화와 SNS로 안내를 잘해주어 기쁜 마음으로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다.
두바이에서 환승하여 아제르바이잔의 하이데르 알리예프 공항에 도착하여 19일 간의 일정에 들어갔는데 도착 후 가장 놀라운 것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하고 있고 더구나 비행기 내에서 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 국내와 비교하여 충격이었다.
아제르는 불 바이잔은 나라로 말 그대로 불의 나라답게 카스피해 지역에서 다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나오는데 곳곳에 석유 시추시설이 작동하고 있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다소 늦은 시각임에도 운이 좋게 우리 일행은 아테시카 배화교 사원을 방문 할 수 있었다.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 사원답게 곳곳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바쿠 곳곳에 천연가스와 석유시추가 활발해지면서 타오르던 불이 꺼져 지금은 인공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여 불이 타오르도록 하고 있으며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박물관에는 수도사들이 수도하는 모습과 실크로드의 교역로 임을 나타내는 당시의 생활상과 연결하여 도구와 상황 등이 재현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수도인 바쿠는 해발고도 -28m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연간 강수량이 200mm가 안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도시다.
저녁에는 서민들의 삶이 담겨있는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돌아보다가 체리를 구입하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
야나르는 불, 다흐는 산이라는 의미답게 24시간 자연적으로 불이 타오르는 야나르다흐는 말 그대로 꺼지지 않는 불의 산이다. 오래 전부터 발화하여 현재까지 꺼지지 않고 타고 있으며 가까이 가니 열기가 대단하다.
천연가스가 분출하며 솟아오르는 진흙화산을 가는 길은 스릴 그 자체다. 진흙화산 까지는 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 택시를 대절하여 이동하는데 이미 폐차되었어도 한참 되었을 택시가 잘도 달린다. 도착하니 곳곳에 원추형 언덕처럼 솟아 있는 곳마다 진흙이 솟아 오른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양 진흙 속에서 기포가 올라오며 가스가 분출되는데 만져보니 차갑고 얼굴에 바르니 피부가 부드러워진 듯하다. 정말 장관이다.
UNESCO 세계문화유산인 6000여점의 암각화가 있는 고부스탄은 아제르바이잔 인들의 자부심이 느끼지는 곳이다.
그 먼 4만년 전 구석기시대 이 삭막한 사막의 바위산 지역에 와서 바위에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림도 남녀의 특징을 잘 살려 그리고 짐승들의 모습도 선명하여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잘 그렸다. 더구나 공개된 장소는 가까이서 직접 세밀하게 관찰할 수가 있다.
오후에는 바쿠 시가지 관광을 하였는데 메이든 타워와 쉬르반 샤 궁전을 돌아보았다. 궁전은 보전이 잘 되어있고 물품들도 볼만하다.
메이든 타워는 적의 침입에 불속에서 붉은머리 소녀가 나타나 물리쳤다는 이야기와 왕이 자신의 딸을 사랑하여 탑을 쌓아주면 왕의 뜻대로 하겠다는 딸의 이야기에 탑을 쌓자 뛰어내려 죽었다는 설이 있어 이름이 메이든이 되었다고 한다.
바쿠시내를 가다가 너무도 우리의 DDP를 닮은 익숙한 디자인의 건물을 보았는데 헤이다르 알리예프센터로 DDP를 설계한 마치 미래에 온 듯한 곡선미를 구현하는 자하 하디드 여성건축가의 작품이다.
바쿠에는 랜드마크 건물이 몇 채 있는데 우리 희림건설이 지은 것도 있어 어깨가 으쓱해진다.
카스피해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조성된 볼리바르 해상공원은 유럽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조성되어 있다.
저녁식사 시간에 아제르바이잔 전통음악과 민속공연을 하는데 이끌려 잠시 함께 춤도 추었다.
밤에 나오니 랜드마크인 불꽃을 형상화한 프레임 타워의 야간 조명쇼가 볼만하였다.
쉐키로 가는 길에 15세기 성자의 무덤이자 기도처인 디리바바 영묘를 관람하고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였던 쉐키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쉐키칸 사라이 여름궁전을 관람하였다. 맘마드 하산 칸에 의해 1762년부터 지어 1797년 완공된 궁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동양식 창문틀, 페르시아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아 내부가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고 유럽식 스테인드글라스로 창문이 되어있어 오묘한 빛을 띤다.

실크로드 대상들이 쉬어가는 숙소는 5개가 있었는데 그 중 2곳이 남았으며 우리가 방문한 카라반 사라이는 규모가 엄청나고 현재는 숙소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본래 이곳에서 묵고 조지아로 넘어갈 일정이 육로가 막혀 비행기로 가게 되었다.

트빌리시에 도착한 후 사랑의 도시인 시그나기를 향해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카헤티 전통 농가를 방문하였는데 주인이 직접 나와 환영인사를 해 주고 조지아 하우스 와인과 바비큐를 곁들인 전통 농가식 식단으로 식사를 하였는데 음식과 와인도 좋았지만 주인과 아들의 전통민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니노의 무덤이 있는 보드베 교회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경건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곳이다. 시그나기는 해발 800m에 위치하고 있어 계곡과 코카서스 산맥이 조망되는 아름다운 곳으로 성벽을 따라 도보로 걷기에 좋은 곳이다. 재미있게도 24시간 혼인신고가 가능한 결혼회관이 있어 사랑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한적한 도시를 걷다보면 저절로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조지아 와인 최대 주산지인 카헤티 지역의 주도인 텔라비로 가는 길은 온통 포도밭이다. 드넓은 포도밭과 산자락에 있는 집들의 모습은 정겨움이 묻어난다.

6세기경 아시리아 선교사들에 의해 건립된 네크레시아 수도원은 수도원 자체도 아름답지만 앞에 펼쳐진 드넓은 평야와 어울어져 한 폭의 그림같은 곳이다.

텔라비는 작지만 아름다운 곳으로 에라클레 2세 동상이 우뚝 서 있는 텔라비 고성은 잘 보전되어 있고 600년된 플라타너스는 웅장함에 연륜이 묻어 있다. 재래시장은 우리의 재래시장과 같은 정겨움이 풍긴다.

수세기 동안 조지아의 종교와 문화 활동의 중심지였던 다비드가레자 동굴수도원을 가는 길에 들른 아나누리 성채와 성모교회, 진발리 호수는 한 폭의 수채화고 그 후 동굴 수도원을 가는 길은 다른 행성을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황무지인데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곳은 6세기 경 조지아 선교를 위해 온 13명의 시리아 수도자 중 다비드 가레젤리에 의해 처음 건립된 후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많은 수도자둘로 인해 100여개가 넘는 동굴 예배 처소 등 9세기 까지 시설이 늘어나면서 아제르바이잔 영토까지 방대한 규모의 수도원 단지로 확장되었으나 몽골의 침입과 이란 사파위 왕조의 공격, 소련연방의 폐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곳이다. 수도원은 바위를 깎아내고 파내어 만든 작은 동굴 방들과 창고, 망루 등이 있으며 천장과 벽에는 프레스코화가 남아있다. 문득 돌 위에 앉아 그 때를 회상해 본다. 좀 더 멍때리면 좋은 장소다. 시간 관계상 충분히 머무르지 못함이 아쉽다.

버스에서 가이드가 좋아하는 노래라면서 들려준백만송이 장미는 본래 라트비아 가요인 마라가 준 인생을 러시아어로 번안하여 조지아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가 프랑스 출신 여배우에게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작사하여 소련의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불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심수봉이 직접 작사하고 노래하였다.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원곡과 심수봉이 부른 곡을 번갈아 들려 준 가이드의 센스!

내가 한국사람이어서인가? 심수봉의 노래가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

트빌리시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도착하여 신시가지 등을 둘러보며 박물관과 미술관 작품을 감상하였다. 이곳에서 니코 프로스마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관람하는 행운도 누렸는데 백만송이 장미의 당사자다.

러시아의 군용도로를 타고 카즈베기로 가는 길은 감탄의 연속이다. 카즈베기에 도착하여 카즈베기 산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비가 오는 속에서 게르게티 삼위일체 성당을 향해 올랐는데 다행히 비가 그쳐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오르는 길에 구름에 쌓인 산들과 계곡을 흐르는 물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게르게티에 오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편으로 올라와 있는데 카즈베기 산은 구름에 싸여 아쉽게도 보이지 않고 형태만 희미하다. 가이드 말이 아침에는 보는 경우가 있다니 기대해 본다.

카즈베기 산은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영역인 불을 인간에게 주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은 전설이 담겨있는 산이다. 다행히도 아침에 차편으로 산에 올라 카즈베기의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여행의 백미다.

고리로 가는 길에 들른 구다우리 전망대는 1783년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황제가 군용도로를 건설한 200주년 기념으로 1983년 조지아와 러시아 우정 기념으로 지었는데 전망이 뛰어나다

  목록